드라마 파친코는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도 몰입하며 본 드라마 중 하나이다. 아마 '오징어 게임' 이후로 내가 제일 관심을 가지며 본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이유는 당연히 내가 한국인인 이유도 있겠지만,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한일의 과거 역사 그리고 근대의 재일교포의 삶에 관심 많았던 적이 있어서 더 몰입해서 보게 된 지건 지도 모르겠다.
이전 포스팅에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고(GO)'라는 소설을 주제로한 포스팅에서도 이런 얘기가 잠깐 나온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도 재일교포 3세로 일본 내에서의 그들의 현실적인 삶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파친코 시즌1은 8편에서 마무리가 된다. 더 많은 이야기 소재가 남은 듯한데 급하게 마무리되어 많이 아쉬웠지만, 다행히 이야기는 시즌 2,3으로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파친코 시즌1의 전체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하게 하는 대사 한편이 있어 소개해 본다. 파친코 시즌1편의 마지막 8화에서 이민호가 자신의 친자식인 '노아'에게 말하는 대사이다.
살아남는 건 바퀴벌레도 해
우리도 그걸로 만족해야 할까?
니 주변 그 누구보다도 앞서가야만 해.
조선인들만이 아니라 일본인들까지
그 누구도 널 무시할 수 없도록 실력을 쌓아.착각하지 말고.
그 자리에 오르면 놈들은 널 싫어할 거야.
하지만 아무리 널 싫어하더라도 존중할 수밖에 없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절대 뒤돌아보지 마 앞만 봐.
언제나 앞만 보는 거야.
바보들이나 돌아가는 거야.
<파친코 8화 중>
이 대사가 개인적으로 자꾸 뇌리에 떠나지 않고 하루 종일 생각의 쳇바퀴로 맴돌았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답을 알았는데, 사실 우리 아버지 역시도 비슷한 뉘앙스로 내게 했던 말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뉘앙스로 말하는 배경에는 언제나 껄끄러운 한일의 과거 역사를 다루는 뉴스나 드라마 같은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TV 앞에서 꽤 흥분을 했었고, 그럴 때면 아버지는 빙긋이 웃으며 차분하게 내게 이런 말을 해주곤 하셨다.
"힘을 키워야 된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콧방귀도 안 뀐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 정도 살게 되었으니 그나마 저놈들도 저 정도는 하는 거다" 등등
결국 억울하지만 우리가 먼저 무시할 수 없도록 실력과 힘을 키우면 저놈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존중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어린 나로서는 당하고도 전혀 흥분도 하지 않고 너무도 느긋하게 반응 하시는 아버지가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았었다.
아버지 역시도 왜정시대때 태어나셔서 아버지의 아버지인 할아버지로부터 그들의 악랄한 수탈들을 모를 리 없었다. 당시 방앗간을 하셨던 할아버지 역시도 왜정 순사들이 자주 방앗간을 뒤지고 간섭이 말도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그들의 비위와 눈치를 살피며 거의 문을 닫다시피 해서 순사들에 대한 악감정이란 말 못 할 정도였다는 얘기도 간접적으로 들었었다.
하지만 세월이 꽤 지나고 사회 생활도 꽤 경험한 지금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아버지가 말씀한 얘기도, 파친코에서 이민호가 노아에게 해줬던 대사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런 이유때문에라도 대다수의 아버지 세대 분들은 자신을 희생하시면서까지 가정과 나라를 위해 앞만 보고 정말 열심히 사신 분들이 많은듯싶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나라도 과거처럼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수준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도 나는 아버지 세대분들의 이런 희생정신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리스펙 한다.
당시 어린시절 내가 그랬듯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결국 힘과 실력의 논리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보면 이해가 빠를듯싶다. 따라서 누군가로부터 무시받지 않고 존중받고 싶다거나, 또는 스스로 겸손해지고 싶다면 먼저 실력과 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누군가로부터 무시 받지 않고 존중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욜로 욜로 하자는 생각은 조금 나중으로 접어두고 먼저 실력과 힘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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