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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퇴 Story

보험 하나 해지했습니다. ft.퇴사

by 자유를 그리다 2022. 10. 13.

최근에 큰 마음(?) 먹고 보험 하나를 해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보험을 조금 소개하자면, 제가 꽤 젊었던 한때엔 정말 제 삶의 일부분도 아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중히 다뤘던 보험이었는데요. 이 보험에 제 감정을 조금 이입하면, 아쉬움이란 감정을 훌쩍 넘어 제 삶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저에겐 꽤 많이 절실함이라는 감정이 뭍어났던것 같습니다.

 

 

한 달 열심히 일을 하면 통장에 딱 일한 만큼은 아니지만, 한 달 생활하기엔 큰 무리가 없는 정도의 돈이 따박 따박 찍힙니다.

 

물론 이렇게 입금된 돈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빠져나가 버립니다. 아마 그 달에 소비한 수많은 청구서들, 집 관리비, 외식비, 마트에서 장을 본 식비, 자동차 유류비 등을 맺구기 위해 어디론가 나가버립니다.

 

결국 이 보험을 위해서, 아니 빠져나간 청구서들을 맺구기 위해서라도, 또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볼모로 잡혀 원하든 원치 않던 일을 해야만 합니다.

 

일
Flickr 제공

 

이런 간단해 보이는 원리 때문에라도 이 보험은 여간해선 해지하기 조차 힘든 특성이 있는데요. 그런데 조금 웃픈 얘기지만, 이 보험은 처음엔 가입하는 조건도 무척 까다롭습니다. 물론 이후 보험 기간이 조금 쌓이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지도 가능하기에 더 좋은 조건의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기가 어렵지는 않은데요.

 

이 조건이란 직업이라는 조건입니다. 그런데 직업을 갖기 위해선 또 어린 시절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보험사에서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한 '교육'이란걸 받아야만 합니다. 그것도 자기 돈을 지불하면서 말이죠.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눈치챘을 겁니다. 이 보험의 이름은 바로 급여라는 보험입니다.

 


 

제가 퇴사한 이유는 이제는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아, 더 이상 미루기보다는 결정해야 할 시간이라는 판단이 서서 과감하게 해지하게 되었는데요. 물론 지금은 거시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타이밍상 그리 좋은 타이밍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계속 언제는 완벽한 타이밍란게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한번 다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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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이 직업 또는 직장이란 보험은 결국엔 해지 날짜가 정해진 보험인 이유가 컸습니다. 결국 마지막 보험 해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나 스스로가 아닌 보험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이제는 가성비'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 '과거에는 가성비'가 꽤 좋았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한데요. 물론 개인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다'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제가 이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에는 나름의 몇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이 기준을 참고해서 관심있으신 분들은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보는 것 또한 추천합니다.

 

이 기준을 나열해 보면, (이외에도 여러가지 기존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채워질 듯합니다.

 

시간 대비 (성장, 성취감, 몰입감, 사람 관계, 그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력 자율성, 금전적인 보상) 등...

 

이 키워드들은 소위 '생산성' 과 관련된 키워드와도 중복되는데, 여기서도 비슷하게 적용해 봤습니다.

 


 

먼저 시간을 큰 공통분모를 두고 각 키워드를 분자로 둔 이유는,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기에 시간을 대비해서 가치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1. 성장

과거에 비해 이제 성장이 더딘것이 체감됩니다. 산업화 이후 지금의 회사란 조직은 시스템화 되어 분업화 그리고 자동화된 구조로 패러다임이 정착화 되었는데요. 따라서 그 속의 사람이 하는 일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이전처럼 하나의 큰 일을 전체를 맡아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즉 잘게 쪼개진 업무들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런 성격때문에라도 개인이 성장 가능한 임계점이란 게 분명 있습니다.

 

물론 불굴의 의지를 주제로 다룬 '그릿'에서 말하는 스스로 어떤 일을 꾸준히 찾아서 한다거나, 아니면 이직을 해서 성장을 채워줄 새로운 물병을 찾아 나선다면 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만, 회사란 곳이 또 학교는 아닙니다. 즉 경력이 비교적 작을 때는 물병에 채울 수 있는 공간이 크기에 성장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 큰 돌로 채우고 작은 돌들도 꽉 채워져 들어갈 자리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요. 그렇다고 또 새로운 물병 찾기를 반복하는 루틴은 또 더 이상 반복하기도 싫어졌습니다. 물론 시간이 무한하다면 이 루틴을 무한 반복해도 별 지장은 없겠지만, 사람의 시간이란 유한하기에, 22년 채워온 물병을 바라보며 이 루틴을 멈추고 싶어졌습니다.

 

2. 성취감

성취감 역시 성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시간에 반비례해서 줄어들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즉 시간이 지금 보다 많다고 느꼈던 한 때는 어떤 일이든 새로웠고, 일이 완료될때면 성취감으로 만족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언제나 왠만한 업무들이 비슷해 보여 그렇지는 않은듯 합니다. 

 

3. 몰입감

몰입감은 주어진 업무를 하는 그 순간에는 꽤 괜찮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마다 다를수 있겠지만, 저는 맡은 업무의 하중 따윈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맡은 업무가 너무 어려워 벽에 부딪히거나, 반대로 능력에 비해 너무 쉬운 경우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무에선 큰 불만을 느끼진 않았는데요. 몰입감이란 키워드만 보면 분명 저는 그 일을 싫어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굳이 이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일에서도 몰입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4. 사람 관계

사실 대다수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사람이란 생각인데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업무가 어려운 건 어찌어찌 해결은 되지만, 한번 꼬인 사람간의 감정을 푸는 건 쉽지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함께 일하면 이유 없이 즐겁고 호감 가는 동료도 있었던 반면, 반대로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좋지 않은 감정으로 다가오는 동료도 있었는데요. 재밌는 건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딱히 꼬집어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사람은 각자의 경험과 감정이라는 편견이 이입시켜 사람을 판단하기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여기서 가장 힘든 상황이란 대부분 자신을 평가하는 직장 상사와 맞지 않은 게 가장 힘들듯 한데요. 저 역시 이런 상황을 경험하며 지금의 회사에서 10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뒤돌아 보면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더 버티는 것보다는 빠른 시간에 이직하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회사에서 맞지 않는 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또는 그 사람이 바뀌기를 기도하는 시간보다는, 처음부터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는 게 훨씬 빠를 겁니다.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세상엔 자신과 맞는 회사와 사람이 더 많으니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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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 제 경우는 함께 있으면 그래도 코드가 맞았던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미 그 자리를 다 떠났고, 이와 반대의 사람들로 채워진 상황이라 사람에 대한 아쉬움 역시 컸습니다. 

 

5. 긍정적인 영향력

솔직하게 얘기해 봅니다. 직장인 대다수가 맡고 싶어 하는 업무란, 실제론 쉬운 일이지만 다른 동료에겐 눈에 잘 띄고 중요도가 높아 보이는 업무를 맡고 싶어 하지 않나요?

 

이는 어떤 직장과 직업을 가지냐에 따라, 또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주어지는 업무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어떤 팀과 그 팀의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을 만나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사내 정치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제나 아쉬움이 있었던듯 합니다. 제 직업인 개발자란 업은 괜찮았으나, 분업화된 시스템에서 g하나의 부품같은 역할만 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었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직의 이익 또는 그 윗선의 지시란 명분 아래 맡겨지는 일이란 것 또한 한직처럼 언제나 영향력이 적고 누구나 하기를 꺼려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물론 상대적으로 경력이 많다 보니 당연하게 받아 들일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갈수록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6. 금전적인 보상

직장, 회사란 곳이 자아실현 어쩌고 하는 명분이나 성취감은 개인의 영역이며, 결국 철저한 사적 이익 집단으로서,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전체 집단의 의미가 가장 클겁니다.

 

 

회사 진짜 왜 다니나요?

※오늘 글은 극히 개인적인, 또 누군가에겐 조금 불편한 내용일 수 있으니, 보시다가 불편하시면 망설이지 마시고 바로 뒤로 가기 클릭 추천합니다. ^^ 오늘은 회사 생활에 있어 원론적인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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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금전적인 보상, 즉 급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로 회사를 바라보면, 결국 두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합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

 

직장인은 당연히 피고용인에 해당하기에, 그 장소에서만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벌게 됩니다. 물론 미국 유럽등과 같은 서구권에서는 시간에 따른 임금보다는 기술의 숙련도나 희소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상황으로 이해 하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기술의 숙련도 보다는 여전히 시간에 비례해서 임금의 가치를 맺이곤 하죠. 제가 나름 유럽이 본사인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는 있지만, 실제 한국쪽 오피스만봐도 유독 이부분에서만은 한국인의 정서나 문화를 따르는것만 봐도 충분히 체감이 되는데요.

 

즉 직장인의 기본은 고용주에 의해 시간을 레버리지 당하는 조건, 5일 일하고 2일 쉬는 5 대 2, 즉 60% 만큼의 자신의 시간을 고용주에게 내어주며 보며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력과도 같은 시간을 팔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돈을 어떤 방식으로든 번다면, 굳이 자신의 생명력과 같은 60%를 밑져가는 이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 걸까요?

 

물론 이 퇴사라는 결정이 단지 마지막 금전적인 보상 하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쉬운 결정은 아닐 겁니다. 먼저 소개한 나머지 5개 키워드들을 포함하고 이 외에도 각자의 판단 기준들도 함께 들여 봐야 하니까요. 따라서 이에 대한 결정은 누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닌, 각 개인이 판단하는 가치도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이제 저는 이번 달 부로 퇴사 결정했습니다. 근 22년 가입했던 급여라는, 한때는 든든한 감정과 동시에 걱정과 절실함을 동시에 가져며,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다뤘던 하나의 보험을 해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 것을 실감했습니다.

 

성장성, 성취감, 몰입감, 사람 관계, 그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력 자율성, 시간 대비 금전적인 보상... 등등

 

여기에 해당하는 어떤 키워드들에서 더 이상은 아쉬움을 주지 않는듯 합니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마라.

단호함이야 말로 승자들의 특징이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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