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계속 일을 할 수 없다. 즉 휴식이란 게 반드시 필요하다. 즉 쉬어야 사는 게 사람이다.
'인간은 쉬어야 산다'는 의미에는 한자 휴식(休息)에 이미 그 정답이 들어 있다.
한자 휴(休)를 자세히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댄 모양이다. 따라서 나무가 있는 숲과 같은 자연환경과 사람이 나란히 함께 있는 것이 휴식을 의미하는 '휴'자이다.
식(息)은 어떤가? '스스로 마음을 뒤돌아 봄'이란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로 휴식의 두 단어를 조합해보자. 사람이 나무가 있는 숲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뒤돌아 본다는 의미가 된다. 바로 휴식休息)의 의미이다.
현재 나는 육아휴직(休職)중이다. 여기서 휴직은 휴식의 '휴'까지는 같은데, 직이란 단어에서 의미가 조금 갈린다. 직(職)은 현재 하고 있던 직책이나 직무를 의미한다. 그러면 휴직의 의미를 조합해 보면, 사람이 나무나 숲이 있는 자연환경에서 직무나 직책을 쉰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나는 본업으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일정 기간 동안 쉬고 있다. 벌써 휴직 4개월 차이다.
나는 누가 봐도 성취감이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업무에서 조차 잘 참고 버티는 일이라면 자타 공인 8단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성향을 스스로도 강점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내 안의 무의식은 또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내면의 거짓된 자아는 진실 앞에서 조금씩 무너져 갔고, 급기야 수면 위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내 안의 자아는 육체라는 물질계를 뚫고, 그것이 조금씩 느껴질 만큼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자각을 한 이후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의 마음을 뒤돌아 보는 시간이 꼭 필요함을 깨달았고, 잠시 멈춰 선 것이다. 지금은 숲과 바다가 있는 자연환경에서 쉬고 있기에, 위에서 말한 한자의 의미로 보자면 제대로 휴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결정이란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한창 일 해야 하는 40대라는 나이, 맞벌이도 아닌 처자식도 있는 외벌이 가장이란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건 누가 봐도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회사의 정서상 결정하기도 쉽지 않겠거니와, 남들을 의식하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정서로만 보자면, 휴직후 복귀하고나서 사내에서의 자신에 대한 평판도 무시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럴 듯싶다. 실제로 가까운 지인들은 이런 이유만으로도 만류하기도 했었다.
특히 요즘 처럼 코시국으로 경제 상황이 힘든 시기에는 더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 쳐다만 봐도 "야~ 팔자 좋~다!"며 비아냥 거리는 듯한 시선을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잘 느껴지는 상황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위의 시선은 잠시 뒤로 하기로 했다.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내가 아니라는데 남들의 시선까지 굳이 신경 쓸 이유는 없는 것이다. 회사 생활 오래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회사라는 이 영역은 자신이 그 안에 있을 때는 나를 영원히 챙겨줄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 선을 조금만 벗어나도 그 영역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벗어난 그들을 그렇게 애써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즉 금방 잊어버리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계속 일을 할 수 없다. 잠시라도 휴식이란것이 필요하다. 쉬면서 스스로를 뒤돌아 보자. 기왕이면 번화한 도시 보다는 숲이나 바다가 있는 한적한 자연환경에서 쉬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한 스님의 말처럼, 쉬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내면의 무언가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쉬어야 사는것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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