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은퇴 Story

노동이 미덕은 아닌 이유

by 자유를 그리다 2022. 2. 26.
년간 노동 시간 1908 시간,
OECD 38국 중 노동 시간 3위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대한민국 이야기이다. 긴 노동 시간에 비해 생산성도 높아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또 그건 아니다.

 

OECD 최근 통계에 따르면 노동 생산성은 38개국 중 27위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1687시간으로 집계된다.

 

OECD 평균 노동 시간
OECD 평균 노동 시간

반대의 예로 프랑스를 들 수 있겠다. 

프랑스는 2000년 이후로 주 35시간, 년간 공휴일을 제외하고 45~46일을 쉰다고 한다.

 

만날 놀믄 소는 누가 키우노~!

 

그런데 프랑스는 이렇게 일을 안하는데도 미국,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노동 생산상은 언제나 최상위권에 속한다.

 

신이 인간에 대한 벌로 '노동'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노동을 '미덕'으로 왜곡한 것은 청교도들이었다. 이제 그들도 없으니 담배를 피우며 긴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즉 부지런히, 오래,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노동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오래 일할수록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세계 1차 대전 당시, 미국의 존 펜카벨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연구 결과로도 증명이 되었었다. 당시 군수 공장의 노동 시간을 주 49시간보다 적을 때라야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결과였다. 또한 56시간과 70시간은 생산량에서 차이가 없었다.

 

산업화와 분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당시에도 생산직군들의 생산성 결과도 이러한데, 지금과 같은 지식과 경험이 주가 되는 시대 상황에서는 또 어떨까?

 

시간

 

당연히 책상 의자에 엉덩이 오래 깔고 앉아 있으면 이기는, 소위 엉덩이 신공으로는 이제 힘들다는게 뻔한 결론이다. 여기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면 이제라는 등의 현재와 미래 시점이 아니라, 과거 시점으로 돌아갈 필요도 있겠다.

 

느긋하게 목욕을 하다가가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나, 산책 중에 벤치에 앉아 멍을 때리다가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에서 영감을 얻은 뉴턴에게 배울 필요도 있는 것이다.

 

정말 지난 역사에서 인류에 영감을 준 많은 인물들은 열심히하고 바쁜때가 아닌, 오히려 언제나 느긋하고 느린 순간에 일어났다. 더 이상 70년, 80년대 공장 마인드로는 힘든 이유이다.

 

publicdomainvectors.org

 

고백하건대, 나 역시 부지런히 열심히 일 하는 척만 하는 엉덩이 신공법 전도사를 자처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노동을 미덕처럼 여긴 삶이었다. 야근, 주말 출근을 당연시하며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내 옆 동료들보다 늦게 퇴근 했었고, 또 이게 잘 통했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일의 생산성이 높았다고는 결코 말 못 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체력이 문제였다. 체력 분배도 하며 어쨌든 그 공간에서 오래 버텨야 했기에 여러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야만 했었다. 흔히 하는 누군가 눈치 못 채게 인터넷 서핑도 하며 일하는 척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 외에도 나만의 아지트였던 다른 층 휴게실에 살짝 짱 박혀 있다가 온다거나, 아니면 회의 등을 핑계로 친한 동료를 불러내서 탄산 음료 한잔 하며 쓸데 없는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다 오기 등 생각하면 참 많았었다.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점심 시간 산책
점심 시간 산책

 

그런데 변명같지만, 내가 오래 버티기 위해서라도 일 이외로 전혀 다른 것들을 한 것은 어쩌면 살기 위해서였다. 사람마다 개인 차는 분명 있겠지만 하루 24시간을 계속 일만 할 수는 없다. 신이 아닌 이상 체력의 한계란 것이 있기에, 때가 되면 잠도 자고 휴식을 취해야만 죽지 않고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하루 중 실제로 진짜 일하는 시간은 얼마가 필요할까? 조금 더 솔직해져 보자. 정말 중요해서 집중해서 봐야 할 일들이란 사실 오전 시간에만 집중해도 끝낼 수 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중요한 2~3시간을 위해서라도 나머지 시간이란 그저 느긋하고 한가하게 보내는 것이 생산성면에서는 오히려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봐야한다.

 

커피 한잔

 

실제 내 경우만 봐도 책상 앞에 앉아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들고 머리 싸매고 끙끙 고민해봐야, 그저 시간만 갈 뿐이었다. 그러다가 퇴근길 버스 창밖을 보며 멍을 때리거나, 집에서 샤워를 하던 중, 아니면 하루의 생각들을 내려 놓고 잠이 들기 직전과 같은 찰나의 순간에, 책상에 앉아 했던 그 고민들이 풀리는 경험들이 많았다. 하루 종일 사무실 책상에서는 결코 풀수 없었던 절대 못 풀것만 같았던 일들이 느긋하고 한가한 찰나의 순간에 풀리는 마법같은 경험들이다.

 

노동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창의성과 생산성은 편안한 쉼과 사유에서 나온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느긋하고 한가한 순간을 즐겨보자.

어쩌면 당신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그 고민이 한순간에 풀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