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인드셋

파이어족이지만 일은 합니다

by 자유를 그리다 2023. 3. 5.

나름 경제적 독립과 조기은퇴를 선언한 이후로, 실제론 조기은퇴는 아닌 삶을 살고 있는 자유를 그리다입니다.

 

이 전 포스팅에서 파이어족이라면서 왜 일하냐는 비슷한 주제로 한번 얘기해 봤는데요. 실제로 그런 이유에 대한 제 개인적인 얘기를 더 하고 싶어서 이 주제로 다시 한번 얘기해 봅니다. 이 전 포스팅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 보시길 추천합니다.

 

 

파이어족이라면서 왜 일해?

 

파이어 운동, 그러니까 재정적 독립과 조기은퇴를 동시에 선언한 이들의 방향성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요. 물론 여기에는 또 다양한 부류와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합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 아프니 각 자가 나름대로 자기화해서 해석하는 것 또한 정신 건강엔 좋아 보입니다.

 

아무튼... 저의 경험을 조금 공유하자면, 솔직히 저는 실제론 경제적 자유까지는 모르겠고, 독립 정도는 이룬 상태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 제 경우는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최소한의 기본 생활을 영위하는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경제적 자유라고 쓰지 않은 이유도 간단합니다. 보통 경제적 자유라고 하면 느낌상 부자라는 느낌은 저만 느끼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소위 말하는 부자의 개념엔 결코 속하진 않는 듯해요. 보통 부자라고 하면 최근 인플레이션까지 반영하면 순자산 100억 내지 1000억 또는 그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범주라면 저는 확실히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또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 또는 싫어하는 일이라는 의미도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듯합니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이 몸담은 그 직장이란 조직에서 부품처럼 다뤄지는 일 일 수도 있겠고, 자영업자 또는 기업가라면 자신의 사업의 영역일 수 도 있겠는데, 사업 수단이 좋아 직장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돈을 벌지만 일은 재미가 없는 경우도 있겠고, 하지만 저는 그런 경험이 없기에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재미가 없을까란 상상도 해보는데... 어떤 부류는 이런 경우가 아예 없진 않을 듯싶어요.

 

한 예로 '나는 4시간만 일한다'의 팀 페리스가 좋은 예시 같은데요. 팀 페리스는 2009년에 그가 창업한 BrainQUICKEN 등 여러 회사를 차례로 매각하기 시작한 후, 34세에 은퇴를 선언하고 글쓰기와 개인 활동에 집중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 대략 20년도 전에 제가 신입이던 시절 한 과장님이 선물로 책상 위에 놓고 간 한 책에서 알게 된 얘긴데,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네트워킹 장비 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 부부 창업자의 얘기도 있어요. 그 부부의 실제 얘기를 다룬 책인 '시스코' (책 제목은 정확하지 않음) 보면 대학 시절부터 창업해서 고생해서 이뤄 놓은, 한창 성공 기로에 들어선 시스코란 회사를 과감히 조기에 매각하고 은퇴를 선언하게 되죠. 그리고 부부는 평소 자신들이 꿈꾸던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 프로그래머이자 벤처기업 투자자이기도 한 폴 그램(Paul Graham)도 있습니다. 그는 지금은 야후 스토어가 된 비아웹을 야후에게 매각한 후 39세의 나이에 은퇴를 합니다. 이후에 그는 글쓰기와 투자 그리고 자선활동에 전념하게 되는데요.

 

이 외에도 경제적 독립과 함께 조기 은퇴를 한 예는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조기 은퇴가 단순히 은퇴 선언 후 마냥 먹고 노는 형태의 그런 은퇴는 아니라는 겁니다. 즉 이전에 자신이 본업으로 여기던 그 일에서 은퇴하고 이후의 삶은 자신이 진짜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새로운 도전적인 삶을 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작년 말에 퇴사를 한 후 5개월 차에 접어드는 시점인데요.  5개월이란 시간 동안 실제로 놀아(?) 보니 그동안은 몰랐던 '나'의 성향을 조금은 알게 된 거 같습니다. 요약해 보면 마냥 먹고 노는거 하난 나름 자신 있었지만, 이런 은퇴는 제 성향상 맞지 않다는 게 제가 느낀 결론 같은데요.

 

몇 가지 알게 된 걸 두 가지를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첫째, 본업인 직장은 나왔지만 그 일이 싫었던 건 아니다.

마치 작은 디스토피아와 같았던 그 직장이란 갇혀 있는 공간과 하나의 완벽한 부품이 되어 실수 없이 매뉴얼대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그 형태가 싫었던 겁니다. 즉 그 일, 즉 프로그래머로써 개발하는 일 자체가 싫었던 건 아니란 결론입니다. 대학 시절이었던 한땐 저 역시도 창업동아리 활동도 하며 위에서 예시로 든 저들과 결이 비슷한 성공 스토리가 꿈이었던 때도 있었던게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월급이란 X약을 먹으며 현실에 안주하된 어느 순간부턴 그 꿈이 완벽히 사라진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 처럼 한가하게 쉬어 보니 내가 진정으로 욕망했던 그 일, 그 일을 이뤘을 때의 전율을 느낄 만큼의 만족할만한 그 일이 뭘까를 생각하다 보니, 결국 내가 그 옛날 초심에서 시작했던 그 일이 였단 게 수면 위로 어렴풋이 떠올랐어요.

물론 여전히 완벽한 모양의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의 그림이 조금씩은 그려졌습니다.

 

둘째, 블로그 글쓰기는 취미로 하자

제가 조금 찾아보니 대략 2017년 말경부터 재주도 없는 글이란 걸 티스토리 블로그에다가 띄엄띄엄 올리기 시작했더라고요. 사실 처음 시작한 동기는 소위 수익형 블로그를 위한, 즉 돈을 버는 목적으로 시작한 거였지만, 이렇게 돈만 바로 보며 글을 쓰니 재미도 없고 결과 역시 좋지가 않았어요. 대략 몇 개 채널로 운영도 해 보고 지금은 글 수만 대략 600개가 넘는 듯한데, 하루 1 달러 정도 버는 거 같아요. ㅎ 하지만 이렇게 돈도 안 되는 블로그 글쓰기를 계속하게 되는 힘은 퇴사 이후론  돈벌이 수단이 아닌 취미로 생각을 전환하게 된 이후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아마 제대로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 가지 주제로 키워드도 잡아가며 독자들의 반응도 살펴가며 적어야 하건만, 저는 이 글쓰기가 '나'를 탐구하는 수단이자 취미이이기에 그냥 이 주제 저 주제 가리지 않고 제가 쓰고 싶은 거 마음대로 쓰고 있어요. 이런 마인드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된 힘이 된 듯합니다.  

 

정리하면 파이어족이라고 해서 아예 일을 하지 않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쉬어 보니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일이 뭘까를 고민하는 시간, 어쩌면 은퇴가 아니라 또 다른 인생이 열리는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개월 쉬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낀 생각을 공유해 봤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블로그의 다른 글 읽기

파이어족: 조기은퇴 장점 정리

그래서 얼마가 있어야 은퇴 가능하다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