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든 실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근로소득은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의 속도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이것은 이 체제 아래서 살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 근로소득이 기본인 직장이라는 곳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나서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
특히 호경기나 부동산 상승기와 같은 시기에 운 좋게 그 달콤한 열매를 따 본 이들에게서 이런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예로 당신이 매달 300만 원의 월급을 근로소득으로 번다고 가정해보자.
이 300만 원이라는 돈은, 10억 원의 자본을 은행에 넣어뒀을 때의 3% 이자다.
결국 이 근로소득을 포기한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10억 원이라는 고정적인 내 소중한 기회비용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시점에 퇴사를 해도 되는 걸까?
다음 두 가지 경우의 상황을 살펴보자.
첫째, 현재 처한 본인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피성으로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다.
이경우라면 나는 말리고 싶다.
왜냐하면 이것은 현상황을 일시적으로 피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극소수는 새로 리셋한다는 마인드로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과 기회가 보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성공한 자들의 저서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지금의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상당 부분의 운이 많이 작용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런 극소수의 사례보다는 뚜렷한 동기나 목표가 없기 때문에 본인의 소중한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그림으로 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영역인, 비슷한 부류의 직장으로 다시 복귀하는 그림이 그려질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두 번째는 현재 상황은 너무도 좋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여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다.
이경우라면 동기나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퇴사도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왔음을 한탄한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니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사자의 삶에 비유하곤 했다.
그 요지는, 인간은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비록 시작은 타인에 의한, 복종적인 낙타의 삶일지라도 그다음 단계의 발전을 위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자의 삶을 비유하며 그렇게 극복하며 살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두 번째 상황이 바로 이 경우일 것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극복을 위한 고독한 도전에 그 누구도 돌을 던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쯤에서 내 얘기를 조금 할까 한다.
사실 나 자신도 지금 너무도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가 있다.
부끄럽지만, 그중 하나가 다독이고 또 하나가 글쓰기다.
다독을 입력이라고 한다면, 이 입력을 통해 글쓰기라는 출력 또한 해보고 싶은 일중 하나다.
지금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는 이 일이다.
아직은 아마추어 같은 냄새가 폴폴 풍기는 수준으로, 뒤늦은 나이에 시작한 책 읽기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공대 출신으로 지금도 엔지니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밥벌이의 수단으로, 이런 문과스러운 일과는 너무도 상반된 일을 나는 꽤 오랫동안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즉 이 글쓰기 분야는 내가 잘하고 익숙한 분야가 전혀 아닌 것이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솔직히 나로선 잘 모르겠다.
나를 좀 아는 누군가가 혹시 이런 내 글들을 보게 된다면 내 평소 모습과 매우 달라 보이는 상황에 당황하여
오글거리는 손발을 자제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행동은 하는 것은 내 통제 밖의 상황이므로 어쩔 수 없다.
이 일은 오직 내 마음이 간다는 동기 하나로 바로 시작한 새로운 도전 분야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주 쓰지는 못하지만
바쁜 일상 중에도 요즘 이 글쓰기라는 분야에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솔직히 나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내 현업의 일에 그리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매일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부품으로써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곤 한다.
그리고 내 내면과의 오랜 대화 끝에 나온 결론은 나라는 인간은 조직생활과는 사실상 거리가 먼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글쓰기라는 이 분야는 이러한 조직의 통제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자.
만약 내가 퇴사를 고민한다면 위에서 말한 두 번째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처한 상황들이 매우 다름으로 이것은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닐 것이다.
나의 경우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이 퇴사라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하고 많은 고민, 그리고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알고 있다.
이 근로소득이라는 기회 비용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현실이다.
이것을 너무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기에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좀 모순이 없잖아 있어 보이긴 한다.
당신은 혹시 오늘도 퇴사를 고민하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일에 대해 간절히 바라고 절실하게 하고 싶은 그 어떤 일이 있는가?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이 근로소득의 고정적인 기회비용은 함부로 포기해서는 안 될 중요한 소득이라고
나는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의 경우처럼, 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일단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시작을 누군가는 퇴사 준비 라고 했던 것이 내 기억에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 나는 퇴사가 아닌, 먼 미래를 위한 퇴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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