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카톡으로 갑작스레 내 안부를 묻는 전 회사 동료들과의 연락이 닿았었다. 퇴사한 이후로 한 동안 전혀 연락이 없어, '아 아... 역시 회사 나가면 다 남이라더만~' 하며 나 역시도 대다수의 퇴사자들처럼 회사 인연의 한계를 실감하곤 했는데, 이 날은 그래도 내가 회사 생활을 아예 못하진 않았구나 하며 잠시나마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 생활 당시 한때 같은 팀으로 꽤 친했던 그 형님의 첫 말을 듣곤 "풋~" 하며 웃음이 나왔다. 내가 연락이 안되서 수소문해서 지금 겨우 연락이 된건데, 회사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내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돈다는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레이시아 오기 전에 폰 고장으로 공장 리셋하면서 연락처가 지워진 이유도 있겠고, 또 지금은 해외 유심 번호를 사용하니 연락이 될 리가 없으니, 잠적 소문도 이해가 될 법도 했다.
아무튼... 다행히 당시에 카톡으로나마 몇 몇 회사 지인들과 연락이 닿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회사 생활 당시의 감정으로 농담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나니, 퇴사 이후 사회적 단절(?)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듯한 느낌마저 들긴 했다.
그렇다. 나는 지금 가족과 함께 잠적 하듯 입말 한 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나는 지금 고개만 옆으로 살짝 돌리면 초록빛깔의 이국적인 느낌의 땅과 그 위로는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던 뭉게구름들로 수 놓인 경치가 보이는 거실에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때의 한 달, 그리고 이 낯선 이국의 땅에서 정신없이 바삐 보낸 한 달은 체감적으로도 너무도 다르다. 그러고 보니 퇴사한 지도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흘러 버렸다. 정말 시간이란 잡아 메어 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빨리 지나가 버린다... 나는 이전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올해 22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직장생활을 마지막으로 남들 보다는 조금 빨리, 자발적으로 은퇴 혹은 백수를 선언한 상태이다. 그리고 해외 살이를 위해 꽤 오래전부터 이주 준비를 했었다. 그렇게 나는 말레이시아의 쿠칭이란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열었는데, 아마 쿠칭이란 말레이시아의 이 작은 도시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겐 생소할 듯싶다. 말레이시아 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당연 수도인 쿠알라룸푸르트나 신혼 여행지로도 잘 알려진 코타키나발루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런 도시들을 뒤로 하고 동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의 작은 주도인 쿠칭이란 도시를 선택했고, 이 낯선 도시에서 낯선 경험들로 일상을 꾸역꾸역 채워 가는 중이다.
그리고 한 달을 넘기는 지금 시점에서,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경험한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 없이 한번 간략히 나마 써 내려가 볼까 한다.
첫째, 모든 것이 낯설다.
당연한 얘기이다. 하지만 이 낯섦을 경험하는 것 또한 내가 해외살이를 결심하게 된 뺄 수 없는 큰 이유이다. 누군가는 여행과 실제 타지에서의 생활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지만, 어쨌든 나는 조기 은퇴를 한 상태이기에 굳이 일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은 전혀 아니다. 따라서 무조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절박함에서는 자유로운 편이긴 하다. 물론 단 며칠 혹은 한 달이 아닌 장기간 해외 살이이기에 익숙한 한국 생활보다는 모든 면에선 조금 더 불편하다. 즉 현실적으로 순도 100% 여행자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향성만은 오롯이 여행자의 감성으로 한번 살아보려 노력 중이다. 물론 이 낯섦이란 감정 역시도 익숙해지는 날이 올 수 있겠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자. 그리고 지금은 이 낯섦을 충분히 즐기는 것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둘째, 친절한 말레이시아 사람들
한 달이란 짧은 기간이라 아직 파악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지금껏 내가 만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그리고 이 긍정적인 감정중 절대적인 부분은 당연 친절함이란 느낌일 듯싶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프렌들리 혹은 친근하다는 표현이지 않을까? 가끔 지금 묵고 있는 콘도나 거리에서 현지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건다거나, 가끔 눈이라도 마주치면 먼저 웃어 주고, 또 뭔가를 몰라서 도움을 청하면 정말 모든 걸 뒤로 하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도와주곤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한국에선 좀처럼 열리지 않던 굳게 닫혀 있던 내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리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실감될 정도는 아직 아니지만...
셋째, 유심 개통은 공항에서
한 달간 거의 모든 일들에 대해 좌충우돌하며 시행착오란걸 많이 겪긴 했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선불 유심 개통일 듯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유심이 개통되지 않으면 현지에서 연락을 하기로 한 약속부터 안 되니, 당최 뭘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쿠칭 공항 도착했을 때 분명 유심 개통하는 부스가 있었다. 만약 그때 하고 왔으면 훨씬 수월할 뻔했는데, 조금 더 알아보겠다고 숙소에 바로 와서 꽤 고생한 경우이다. 혹시 유심 개통할 생각이면 묻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눈에 보이는 곳에서 하자. 여긴 통신사별로 가격이 일관 되게 비슷하다. 참고로 말레이시아 공통인지 쿠칭 공통인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현지인이 말하기에 사용자수가 가장 많은 통신사는 Celcom이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다음과 같다고 언급한다.
1. Celcom = SK
2. Maxis (Hotlink) = KT
3. Digi = LG
내 경우는 가장 눈에 띄었던 Maxis를 개통했고, 한 달에 25링깃으로 3 Mbps 속도로 데이터 무제한으로 잘 쓰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현지인들 말로도 그렇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넷째, 음식 천국? 음식이 참 다양하다.
말레이시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다인종 국가이다. 따라서 음식들도 참 다양하다. 현지식인 말레이시아 음식부터,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는 중국 남동쪽(푸젠성) 중국 이민자들의 영향을 받은 중국식 요리, 그리고 주변국인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음식들, 한때 식민지였던 영국과 일본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과 서양 요리, 최근엔 한류의 영향인지 한국 식당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쇼핑몰의 푸드코트만 방문해봐도 이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실감할 듯 싶다. 각 나라별로 음식 코너가 자리 잡고 있어 처음엔 낯설었지만 가만 보고 있자면 재미있기까지 하다.
다섯째, 고양이의 도시 쿠칭?
말레이시아어로 쿠칭이란 이름의 의미는 고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만큼 쿠칭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걸 넘어 존중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어디서 보긴 했는데... 사실 식당 같은 곳에서 더운 날씨 탓에 축 늘어져 전혀 움직임조차 없는 고양이는 가끔 보긴 하지만, 생각만큼은 길거리에선 자주 볼순 없었다. 이 부분은 왜 쿠칭이 고양이의 도시인지는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보고 느낀 것들이 많겠지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쓰고 이후에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나씩 풀어 보려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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