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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퇴 Story

되도록이면 빠른 퇴사를 권유하는 이유

by 자유를 그리다 2023. 5. 22.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되도록이면 빠른 시간에 퇴사하시길 권합니다. 아니 퇴사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퇴사 준비라도 해야 합니다. 그게 여러모로 좋기에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일전에 제가 이 주제와 관련해서 '10년 이상 회사에만 머무리지 마라'는 주제로 한번 다룬 적이 있는데요. (못 보신 분은 아래 링크 먼저 보시길 추천합니다.)
 
10년 이상 회사에만 머무리지 마라
 
그리고 오늘은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해서 한번 더 다뤄 볼까 합니다.
 

첫째, 시간

 
당신이 지금 직장이라는 그 영역 안에 있다면, 지금 숨을 쉬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로부터 레버리지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당신이 만든 모든 아웃풋들은 사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제발 착각하지 마시길!"
 
"당신이 회사라는 장소에서 시간을 소비하며 힘든 노동으로 만든 그 대단한 창조물들이 실제론 내 자산이 아니라고?"
 
네! 그것들은 오롯이 그 회사를 소유한 오너와 회사의 자산입니다. 회사는 당신에게 회사가 정해준 그 장소와 시간 안에서 지시한 창조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조건으로 한 달 생활할 수 있는 대가를 재무제표 상의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처리하는  겁니다.
 
자~ 흥분하지 마시고...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구요. 무의식적으로 세뇌된 우리들에게 망치로 씨게 머리 한 대 때리던 철학자 한 명이 있었습니다.
네, 바로 제 글에도 가끔씩 등장하는 니체인데요.
 

니체
니체, pixabay

 
니체는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하루 시간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쓸 수 없다면 당신은 노예나 다름없다" 라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이 말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처럼 실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현대판 노예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노예들은 자신들이 노예인지조차 전혀 눈치챌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당연한 듯 정말로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거죠. 즉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 에너지인 시간을 담보로, 영원히 자신을 책임져줄 것처럼 착각하며 그 영역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신의 잘못은 전혀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러한 교육과 학습을 받으며, 세뇌되었기에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대다수 정부와 사회가 만든 이 시스템은 정말 정교하기 까지합니다. 따라서 이 노예 시스템의 쳇바퀴에 한 번이라도 끼이면 좀처럼 빼내기 힘든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죠... 직장 생활을 조금 하다 보면 언젠 가는 눈치챌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일 듯싶습니다.
 

둘째, 성격

 
저만 봐도 이 부분에서는 솔직히 찔리는 부분이 많은데요...
맞습니다. 저도 스스로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 제가 아닌 남도 그렇게 볼지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보지 않을 확률이 더 커 보인다는 게 요즘 드는 솔직한 심정인데요. 오늘도 점심시간에 홀로 산책을 하며 문득 든 생각이, 20여 년 전 즈음의 제 모습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확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쌀쌀해져 가는 요즘 날씨처럼 지금과 참 많이 다른 한 사람이 제 기억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너무도 다른 20여 년 전의 제 모습...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특히 성격적인 면에서도 그때와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보면 회사에 오래 남아있으면 남아있을수록 성격이 좋지 않아질 확률이 더 커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성격이 어떤 면들이 좋지 않아 지는 걸까요?
 
저는 이 성격적인 면, 그 중에서도 아무런 생각 없이 명령에 복종하고 지시를 내리는 성격으로 조금씩 바뀐다는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고 싶은데요.
 
맞습니다. 속된 말인 꼰대로 표현되는 '직장 꼰데 또는 또라이 상사'와 같은 수동적 조직형 인간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나만의 직장 또라이 상사 대처법 공개
 
오래 있을수록 이 변화의 폭도 비례해서 커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시키는 일만 잘 해내는 수동적 조직형 인간이 되어야 그 영역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원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하는 건데요.
이 게임의 룰에서는 오래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 또한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서 그 영역에서 승리한 자들이 바로 지금 당신 회사의 직장 상사들입니다.
지금 사무실에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본인 책상 밖의 주변 사람들을 쭉 한번 둘러봐 보세요. 아마 나이대로 보자면 40대들이 많을 듯싶은데(40대를 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감이 올 듯싶습니다.
 
"묵고 살라고 어쩔 수 없이 회사 나온다~"라는 표정의 창의성이라고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40대 관리자들이 꽤 많이 보이지 않나요?
단지 그 영역에서 오래 버티는 단 하나의 능력만으로 그 위치에 오른 사람들 말입니다. (여기서 제가 그분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니 오해 말시길, 저 역시도 버티는 거 하난 무지하게 잘합니다.) 또한 그들의 인상들도 한번 떠 올려 보세요. (잘생겼나 못생겼나를 말하는 게 아님) 아마도 이들 대부분은 그다지 친절해 보이는 것과는 많이 거리가 먼 인상들을 가졌다는 공통점들이 있을 듯싶은데요.
 
이와 반대로 정말 창의적인 실력자들은 그러면 어디 있을까요? 아마도 이미 그 영역을 떠나 있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면, 과거엔 자신만의 색을 가진 개성 강한 캐릭터였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무채색의 수동적 조직형 인간이 된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즉 대다수 직장 관리자들이란 바로 이런 수동적인 한 까칠해 보이는 인상의 조직형 인간이란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겁니다. 그래야 그 게임에서 GG 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기에 이 역시 당연한 결과입니다.
 
또 다른 조금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볼게요.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유대인 출신이면서 독일 친위대 중령이자 당시 유대인 수용소 이송 책임자로 600만 유대인 대학살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아돌프 아이히만' 역시도 이 수동적 조직형 인간의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
Flickr, 아돌프 아이히만

 
유대인 학살의 책임을 묻는 예루살렘에서의 재판은 우리에게 꽤 잘 알려준 유명한 일화인데요.
당시 그는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했었습니다. 자신은 그저 윗선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며, 자신의 행동은 '평범한 악'이라면서 말입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정신 의학자들이 당시 아이히만의 정신을 분석한 결과인데요.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정상적인 것으로 결과가 나와 더 충격을 줬었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의 일화는 평범한 사람을 포함한 순종적인 성격의 사람일수록 그 조직이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더 순종하며 희생자 형태의 수동적 조적형 인간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예인데요.
이 아돌프 아이히만 일화에서의 '악의 평범성'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인지해야만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생각하지 못하거나, 아예 생각 없이 사는 것 그 자체 역시도 죄가 된다는 겁니다.
 
저는 예전, 아니 현재 진행형으로, 직장 생활 중에도 이런 '악의 평범성'을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합리화하는 사람을 꽤 자주 보곤 하는데요. 그들이 자주 하는 레퍼토리란 이런 걸 겁니다.
"위에서 지시해서 자기도 어쩔 수 없다", "전무님 지시사항이에요~", "위에서 하랍니다~", "까라면 까야죠~"등등... 표현만 다를 뿐 비슷한 레퍼토리들이 스쳐 지나가는 건 정말 저뿐일까? 그런데 더 웃긴 건 나중에 알고 보면 그 불합리한 지시 사항에 자신만의 MSG를 감질나게 쳐서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죠.
어쨌든... 이런 '악의 평범성'의 예들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처럼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평범한 성격의 사람일지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자신의 판단 기준 없이 기계적으로 조직의 명령만 충실히 따르는 수동적 조직형 인간이 될 확률 역시 크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입니다.
 
"한시라도 누군가로부터 하루 중 3/2의 시간을 레버리지 당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살고 싶다면?"
"거기에 이 시간이 흐를수록 수동적 조직형 인간이 되어가기 싫다면?"
 
정답은 사실 너무도 분명해 보입니다.
저의 이전 글들에서 이미 여기에 대한 정답지들을 많이 다뤄왔기에 정답은 생략하고 싶네요.
 
그리고 2021년 9월 1일, 나 역시 두 달 후엔 잠시 멈춰 보려 합니다. 저를 되돌아 보는 시간, 평소 해보고 싶었던 나 자신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합니다. (사실 작년 초에 계획했었지만 갑작스러운 팬더믹으로 무한 연기됐었습니다.)
이게 사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닌데요. 아, 물론 퇴사는 아니니 오해 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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