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초에 말레이시아 쿠칭 현지 친구가 초대해줘서 쿠칭 풋살장에서 축구를 해봤는데, 당시 경험담을 공유해 봅니다.
초대한 지인은 지금 콘도 바로 윗층 사는 친구인데, 저녁에 축구 모임이 있는데 함께 가보자며 문자가 왔어요. 예의상(?) 내가 축구를 잘 못한다고 하니 자기도 오늘 축구가 처음이라며 저녁에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고, 저도 흥미가 생겨 흔쾌히 수락했어요.
구글맵에서 쿠칭 축구장(Football)이나 풋살(Futsal)이라고 검색하면, 생각보다 꽤 많은 장소가 검색이 되어 조금 놀랐네요.
제가 간곳은 Winner Court라는 스포츠 단지 내에 포함된 실내 풋살장이었어요. 저녁에 컴컴할때 가서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전혀 안보였고 경기 중간에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근처에 이슬람 사원이 있을거 같단 추측만 들었네요.
풋살장 실내는 철창으로 둘러쌓인 두 개의 풋살장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실내 풋살장이라고 해서 혹시나 에어컨 설치가 되어 있는 걸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네요. ㅎ
덕분에 오랜만에 "내가 여기서 왜? 여긴 어디?"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뛰었네요. 멤버는 저 포함해서 총 9명이 4 대 5로 경기가 진행 됐고, 중간중간에 쉬긴 했지만, 어쨌든 2시간가량 아~주 빡시게 볼을 찼습니다.
비록 친목을 다지는 목적으로 뛴 경기라지만, 제 무의식속엔 '축구란 절대 지면 안 되는 운동'이란 마인드가 새겨진 탓에 나름 힘들게 뛰어다녔어요. 덕분에 두 골이나 넣었네요. 하지만 경기하면서 느낀 점이 이곳 친구들은 다들 웃으면서 그냥 설렁설렁 즐기면서 하는 분위기 같았어요. 이 말의 의미는 혼자 너무 진지하게 열심히 하면 조금 민망할 수 도 있다는 말인데, 다음부턴 저도 분위기에 맞춰 설렁설렁 최대한 웃으면서 하는 척해야겠단 생각도 들었네요. ㅎ
경기가 끝난 후 전혀 예상못한 뒤풀이도 이어졌는데요. 뒤풀이 장소는 제가 묵고 있는 콘도 근처인데, 분위기며 메뉴 가격대를 보아하니 현지인 맛집 같아 보였어요. 푸드 코트인데도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니 저녁 모임 장소로 좋아 보였어요.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었지만 마침 빗방울이 살짝 떨어져서 자리를 실내로 옮겼어요.
실내에 들어오면 축구도 볼수 있는(당시 한창 월드컵 하던 시기)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고,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서양 요리 등등 다양한 나라의 처음 보는 엄청 다양한 음식 메뉴들로 도배(?)되어 있었는데요. 말레이시아가 왜 다인종 국가인지 궁금하시면 여기 와보시면 바로 알게 될 거 같아요. ㅎ
말레이시아답게 자리에 앉자마자 음료를 주문하길래 일행들 따라 시켰는데, 음료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어요. 비주얼만 보면 누가봐도 한국 식혜 같았어요. 맛도 딱 한국 식혜인데 다만 차이점은 밥알 대신 꼬들한 보리밥이 컵 아래에 살포시 깔려 있었어요. 이 보리밥을 퍼 먹으라고 수저도 함께 넣어 주는 센스가 좋았어요. 굿!
크리스피 굴전? 이것도 딱 한국 굴전이랑 비슷한 맛인데, 겉은 바삭 속은 찹쌀 느낌의 쫀득한 식감의 촉촉한 맛. 여기 오시면 이건 무조건 시켜야 해요. 한국인 입맛에는 호불호 거의 없을만한 잘 맞는 맛 같았어요.
그런데 이 모임이 어떻게 모인 모임이냐고 물어보니, 부동산 셀러들과 로컬 변호사들 친목 모임라고 하는데, 사실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부동산 살 일은 없어 또 참석 하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이것도 인연이라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싶네요. 가끔씩 구글 번역기도 돌리는 수고도 무릅쓰며 서로 궁금한 것들 물어보긴 했지만, 제가 영어가 짧은 관계로 원래 과묵한 사람인양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아쉽게도 깊은 대화는 못했어요. 그리고 모인 친구들 중 꽤 많인 친구들이 내년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 해서 조금 놀랐어요. 재밌는 점은 다들 꼭 추울 때 가보고 싶다는 걸 봐서 한국의 겨울에 무척 관심들이 많아 보였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로 따뜻한 날씨를 더 선호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반대였어요. 역시 사람은 결핍의 동물인가 봅니다.
여기까지 말레이시아 쿠칭 현지 친구들과 실내 풋살장에서 축구한 독특한 체험담이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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