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이 상승세가 대단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제 작년쯤 아직 집을 매수하지 못한 막내 동서와의 대화가 떠올라 (시기적으로 좀 민감할 수 있는)그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회사 발령으로 지방에 거주 중인 막내 동서는 지금도 자주 제게 부동산 고민을 자주 털어 놓곤 하는데요.
동서네를 방문한 그날 저녁도 비슷한 레퍼토리의 주제로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형님 지금이라도 집을 매수해야 할까요?"
"너무 오른거 같은데 떨어지면 사야 하겠죠?"
하지만 당시에도 부동산 규제의 여파로 일시적인 조정이 있을 때였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조정이 있을 때면 더 못 삽니다.
오를 때 못 사면 떨어질 땐 더 떨어질 거 같기 때문에 말이죠.
물론 이게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사람 본성이 원래 그렇게 타고났기에 그게 정상입니다.
그러면 무주택자들은 이렇게 오른 집을 지금 이 순간에 굳이 매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은 너무 꼭지 같으니 하락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해야 할까요?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을 해볼까 해요.
저 역시도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상승장 후반부에 무주택자 포지션이었었습니다.
당시 저도 남들 올라가는 집값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꽤 많이 쓰라리기도 했지만, 결혼도 하지 않았고 돈도 많이 부족해서 주택 매수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 제가 직장이 분당이라 분당쪽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몇 천씩 오르던 때였어요.
통계로만 보면 당시가 지금 상승률보다 더 높았었죠...
주제로 다시 돌아와,
상승기 후반부라 생각되는, 꼭지에 물리더라도 지금 매수가 나을지, 아니면 하락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그때 잡으면 좋을지, 제가 처음 실거주로 매수했던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번 분석해 봤습니다.
바로 결론부터 얘기할게요.
제 분석 결과는 이렇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실수요로 장기 거주할 거고 꼭 사야되고 능력(자금)이 된다면 타이밍 쟤지 말고 빨리 사라"입니다.
물론 여기엔 조건 하나가 더 붙습니다.
소위 주식처럼 탄타 매매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실거주나 장기적으로 접근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실제 제가 2012년도 초반 당시 저는 실거주 목적으로 와이프와 그동안 모았던 돈을 합쳐 와이프 직장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였던, 서울 마포 소재의 한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또 한 번 전세를 구해 볼 생각이었는데요.
그런데 제가 과거 고시원 시절부터 전월세로만 거의 10번을 이사만 다녔던 터라 이제 결혼도 하고 했으니 좀 그만 옮겨 다녔으면 하는 강한 욕구가 있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그 조정기에 그냥 딱 돈에 맞춰서 대출도 없이 그냥 사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먼저 해당 아파트의 특징들을 나열해 볼게요. (구체적인 단지 언급은 민감할 수 있으니 하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현재는 이미 매도한 아파트입니다.)
지역: 서울 마포구
연식 및 세대수 : 2000년식의 12년 차 구축, 25평 소형 아파트(복도식), 400여 세대
역세권: 비역세권, 도보로 8~10분 거리, 아파트 바로 앞 버스가 자주 오긴 함.
주변 학군: 초, 중등학교 선호도 좋음, 고등학교 없음.
주변 환경 특징: 주변 공원과 인접해 있고 유해 환경은 없음.
재건축 리모델링 이슈 전혀 없음, 화장실 좌측 벽면 배가 볼록 나와 있음(수리 필요해 보임...), 전체 도배 필수
호재: 이미 선 반영되어서 별로 없음
보시면 아시겠지만, 직주 근접이 비교적 좋았던 마포구에 위치하는 장점 이외에는 구축에다가 심지어 호재도 선 반영되었던 터라 그다지 장점이 없었던 평범한 아파트였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꽤 저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당시에는 비싼 가격이었죠...)
당시 제가 매수할 때가 2012년이었고 다들 아시다시피 부동산 조정기였습니다.
그 누구도 집을 사지 않았죠.
하도 집을 사지 않으니 취득세도 반으로 깎아줬었어요...
어쨌든... 당시 해당 아파트는 지나고 보니 2008년 하반기가 소위 말하는 꼭지였습니다.
25평이 3억 4천 정도였네요.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이 집 매수를 고민하는 저에게 이 3억 4천이란 가격을 하도 강조해서 지금도 그 가격이 잊히지가 않아요. ㅎ
그리고 당시 입이 귀에 걸리셨던 그 아파트의 매도자님과의 계약을 무사히 끝냄과 동시에 이후 2013년까지 조정이라는 쓴 맛(?)을 보게 됩니다.
그럼 2008년 하반기 고점 대비 저점 기준 얼마나 떨어졌을까요?
중간층 기준으로 2013년 바닥인 2억 9천까지
대략 5천만 원인 고점 대비 14~15% 떨어집니다.
물론 지나고 안 사실이지만, 저는 대략 바닥보다 1천만 원 높았던 3억쯤에 매수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8년간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아니 본격적으로 상승한 시기는 2016년으로 봐야 할 거 같아요.
해당 아파트는 고점 대비 회복된 시기가 바로 2016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올해 4월 실거래가 기준 8억 8천7백까지.... 호가는 9억이 넘었네요...
대략 과거 바닥 대비 3배가량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바닥으로 보이는 2013년 2억 9천과 4년 전 2008년 고점인 3억 4천의 가격 차이는 5천만 원입니다.
그리고 2008년 당시 고점에 매수하신 분은 저보다 4천만 원을 비싸게 주고 산거긴 합니다.
그리고 이후 고점이 회복된 시점인 2016년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기에 4천만 원의 차이가 크게 다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긴 호흡으로 상승기를 거친 지금 시점으로 봐도 과연 그럴까요?
긴 호흡으로 보면 리먼 사태가 있었던 2008년 조정이 있었고 그 중간에도 단기적으로 떨어지고 오름을 지속적으로 반복했지만, 결국 우상향 했습니다.
또 만약 꼭지였던 2008년 보다 바로 1년 전에만 매수했으면 어땠을까요?
가격이 2억 5천만 원으로 상승의 꼭지보다 대략 9천만 원 싸게, 또한 조정장 바닥에 샀던 저보다도 오히려 5천만 원을 더 싸게 산거가 됩니다.
어떻나요? 이게 바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만약 본인이 강한 심장의 소유자로 기다렸다가 떨어지는 칼날을 잡겠다?
물론 그럴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그렇더라도 결국은 상승장 막바지에 산사람이 더 이익인 셈입니다.
긴 호흡으로 보면 내가 필요할 때 그냥 돈에 맞춰 빨리 매수하는 게 더 낫다는 게 제 과거 경험과 데이터로도 증명이 된 셈입니다.
그럼 이후에는 더 오를까요? 떨어질까요?
물론 저도 모릅니다.
결국 이런 고민은 실수요자에겐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2013년 조정장일 때를 보자고요.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들 대부분은 이후의 상승장을 확실하게 예측하지도 못했었습니다.
다만 지역별로 향후 예상되는 신규 주택 분양 입주량과 같은 수요 공급에 따른 수급량, 멸실 주택 수 등의 지표 정도로 추정 정도가 가능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전문가들 말을 너무 맹신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결과의 손실과 과실 역시도 본인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추가로 여기서는 위에서 언급에서 빠진 다음 변수들도 있긴 합니다.
우선순위별로 나열해 볼께요.
1.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서울이냐? 지방이냐?
2. 아파트 연식의 차이
3. 재건축,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가?
4. 주변에 호재가 있는가?
제가 매수했던 해당 지역은 주변 호재도 거의 없었고 상승이 시작되면 항상 해당 지역구보다 조금 더 늦게 갭을 메우는 특징이 있던 단지라는 점 참조해서 보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첨언하면, 모든 지역의 모든 아파트들이 제가 매수했던 아파트처럼 조정기때 비교적 잘 버티고 상승기땐 꽤 나름 괜찮은 흐름을 타는건 또 아닙니다.
이 얘기까지 하면 주제도 너무 벗어나고 얘기도 많이 길어지니 다음에 시간 나면 한번 다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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